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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신부전, 꼭 투석해야 할까? '이렇게' 관리하면 진행 막는다 [인터뷰]
우리 몸속 장기 중 신장은 노폐물과 수분, 전해질 등을 걸러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정수기'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된다.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투석 치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만성 신부전이라고 해서 모두가 투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 투석 없이도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신장내과 전문의 최병호 원장(김포 퍼스트내과의원)과 함께 만성 신부전이 어떤 질환인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알아본다.
q.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려운 만성 신부전, 어떤 질환인가요?
만성 신부전은 단백뇨, 혈뇨처럼 콩팥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증상이나 사구체 여과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하게 됩니다.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 칼륨, 인 등을 사구체와 세뇨관을 통해 걸러내고, 이를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콩팥을 정수기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콩팥은 혈압을 조절하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비타민 d를 활성화하며, 빈혈을 예방하는 조혈호르몬을 생성하는 기능도 수행합니다.
그런데 만성 신부전이 발생하면 이러한 콩팥의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노폐물이 몸 밖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서 몸이 붓고, 칼륨 등의 전해질 수치가 높아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압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빈혈이 생기고,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빨리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만성 신부전은 콩팥뿐 아니라 우리 몸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신 건강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몸은 정수기 필터처럼 쉽게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관계로, 만성 신부전은 한 번 시작되면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만성 신부전에 '만성'이란 단어가 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q. 만성 신부전의 발생 원인은 뭔가요?
만성 신부전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당뇨병과 고혈압은 전체 말기 신부전 발병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원인입니다. 오래된 집을 관리하지 않으면 더 빨리 낡듯이, 우리 몸도 당뇨병과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으면서 오래 사용하면 만성 신부전이라는 형태로 고장이 생기게 됩니다.
만성 신부전의 두 가지 주요 원인 중 당뇨병은 혈액 속의 당, 즉 혈당이 너무 높아지는 병입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콩팥 속에 아주 작은 혈관들이 뭉쳐 있는 '사구체'가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사구체는 우리 몸에서 정수기의 필터 역할을 하며, 혈액에서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냅니다.
그런데 당뇨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 사구체 혈관이 마치 설탕물에 오래 담가놓은 것처럼 굳으면서 제 기능을 못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분들은 혈당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합니다. 혈당이 일정 수준 이하로 지속적으로 조절되어야 당뇨병 때문에 콩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은 혈압, 즉 혈관 속의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질환입니다. 장기간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은 콩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만성 콩팥병의 진행을 가속화합니다. 수도관에 물이 너무 세게 흐르면 수도관이 터질 수 있듯이 고혈압도 콩팥 혈관에 계속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콩팥 자체에 생기는 병도 만성 신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만성 사구체신염'이 있습니다. 사구체는 콩팥 속에서 피를 걸러주는 중요한 조직입니다. 이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의 필터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어 혈액 또는 혈액 속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를 단백뇨와 혈뇨라고 합니다.
또 다른 예로는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이 있습니다. 다낭성 신장 질환은 유전적으로 콩팥에 물혹이 많이 생기는 병입니다. 이 물혹들이 정상 콩팥 조직을 압박하고 손상시키면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밖의 만성 신부전 원인으로는 요로결석, 전립선 비대증 같은 요로 폐쇄 질환, 신독성 약물 등이 있습니다.
q.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받으면 어떤 치료를 진행하게 되나요?
환자분들께서 콩팥이 안 좋아 내원하실 때 '투석을 하게 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가장 많이 하십니다.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분들이 투석을 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므로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건물이 낡았다고 바로 허물어 새로 짓지 않고 보수·관리하면서 오래 사용하는 것처럼 만성 신부전 또한 남아 있는 콩팥 기능을 최대한 잘 보존하고 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만성 신부전은 이렇게 조기에 발견해서 꾸준히 관리하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늦출 수 있습니다.
콩팥 기능을 보존하는 치료는 만성 신부전 초기부터 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이 치료의 핵심은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입니다. 생활습관 개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입니다. 밭에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땅이 망가지듯이 콩팥도 영양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은 싱겁게 드시고 단백질은 콩팥 기능에 맞춰 적절하게 섭취하셔야 좋습니다.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면 콩팥이 잘 배설하지 못하는 성분인 칼륨과 인의 섭취량을 제한해야 합니다.
생활 습관 개선에서 운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적절한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몸 전체의 기능을 좋게 만들어 콩팥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너무 과격한 운동보다는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같은 중간 강도 유산소 신체 활동을 하루 30분,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 치료도 콩팥 기능을 보존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혈압약은 콩팥 손상을 막아주고, 혈당 조절제는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 손상을 예방합니다. 최근에는 콩팥병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약이 많이 개발되어 약물 치료 효과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낡은 건물을 최신 기술로 보수하면 수명이 연장되는 것처럼 약물 치료도 상태가 나빠진 콩팥의 기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이미 콩팥 기능이 너무 많이 나빠져서 콩팥 스스로 노폐물을 걸러내기 어려운 상태라면 콩팥 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투석과 신장 이식입니다.
투석은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인위적으로 노폐물과 수분, 칼륨, 인 등을 제거하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치료법입니다. 투석은 크게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혈액 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고 혈액 투석기 필터를 통해 피를 걸러준 다음 몸 안으로 다시 넣어주는 치료 방법입니다. 복막 투석은 복강 안에 투석액을 넣어서 노폐물을 걸러낸 다음 버리는 투석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의 콩팥을 이식받는 신장 이식도 만성 신부전의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혈액 투석이나 복막투석은 콩팥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 중 일부만 대신할 수 있는 반면, 신장 이식은 성공하게 되면 이식된 콩팥이 신장 본연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신장 이식은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것과 같아 말기 신부전을 치료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현재 뇌사자 이식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성 신부전을 조기에 발견해서 콩팥 기능을 보존하는 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튼튼한 댐을 지어서 잘 관리하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듯이 만성 신부전도 조기에 관리하면 투석이나 이식 단계까지 가는 것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습니다. 정기 검진을 통해 콩팥 건강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다면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핵심 포인트 세 가지를 정리해 주신다면요?
첫째, 만성 신부전은 콩팥이 망가지는 병이지만 완치를 포기해야 하는 병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만성 신부전은 완치가 어려운 편이긴 하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둘째, 만성 신부전의 가장 큰 적은 나쁜 생활 습관입니다. 특히 짜게 먹는 습관, 운동 부족, 흡연, 과음은 콩팥을 망가뜨리는 주범입니다. 자동차를 험하게 운전하면 빨리 고장 나듯이 나쁜 생활 습관을 지속하게 되면 콩팥을 혹사시켜 기능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셋째, 만성 신부전 관리는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만성 신부전은 병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에는 증상이 없어 미리 식이 요법이나 약물 복용, 운동 등을 챙기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년, 10년 후에 만성 신부전이 투석까지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식이요법과 운동, 혈압·혈당 조절, 금연, 절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만성 신부전은 결코 가벼운 질환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만성 신부전을 극복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